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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

지금껏 기록하기만 했지 되돌아보는 일을 하지 못했습니다. 매해 새로운 다이어리를 사고 눈에 잘 띄는 곳에 올려놓고 틈만 나면 무엇인가 적기 바빴습니다. 2014년이 다 지나고 2015년이 시작되는 새벽에 다시금 꺼내 읽어 보니 그래도 빈 곳이 많고 감정의 변화가 급격하게 바뀌었던 것을 눈치채게 됩니다.

2015년이 되어 버린 시간에 작년, 몇 시간 전까지의 저를 다시 돌아보는 것은 우스운 일이겠지만 지난 한 해를 돌이켜 보면 1월 1일에 적었던 구절처럼 ‘내가 누군가’에 대해서 생각해보는 시간이 아니었나 합니다. 내가 누군지 찾아보기 위해 규칙적인 생활을 뒤로하고 내키는 대로 자유롭게 행동하면 스스로 떠오르는 것이 있지 않을까 기대했었는데, 365일 동안 그 부분에 대해서 얻은 것은 없었습니다. 오히려 조금은 절제된 생활을 하는 것이 좋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2014년은 새로운 생활에 잘 안착하지는 못했지만, 그간 소홀히 하고 있었던 친구들과 좀 더 많은 시간을 보냈던 것은 자랑스러운 마음이 듭니다. 여러 참사가 있던 시기에 홀로 장례식장에 방문했던 일이나 시간을 마음대로 활용하려 했던 연초의 마음가짐은 지금 생각해 봐도 잘한 일이었던 것 같습니다.

연말이 되니 한 해를 뒤돌아보지 않을 수 없게 되고, 그러다 보니 나쁜 감정을 갖게 되는 것도 해마다 반복되는 일처럼 되어버렸습니다. 가장 크게 후회가 되는 부분은 평상시 남을, 우리를 믿고 의존한 결과 감성이 제대로 활약하지 못했던 것입니다.

스스로를 믿고 도전하겠다는 초심이 언제부턴가 남을 의지하기만 하고 ‘나’를 버린 일 년이 되어 버린 것이 너무 안타깝고, 스스로의 감을 의심했던 것이 결국 후회로 남았습니다.

그동안은 고향 친구들이나 후배들, 동생들 앞에서 이야기를 들어 주고 호통쳐 주는 역할을 도맡아 했는데, 이제는 그런 행동을 하기가 스스로 꺼려졌습니다. 마음은 깊이 깊이 가라앉아 있고, 자신에게 더는 거짓말을 하기 싫다는 마음이 가장 앞서고 있습니다. 아직 누군가에게 방법을 알려주고 마음을 어떻게 먹으라고 알려주기는 이른 것 같습니다.

손때가 묻어 있는 다이어리의 3월 10일 자에 ‘분위기를 바꾸어 보려고 여러 행동을 해보지만, 근본적으로 제가 바라는 것이 충족된 느낌을 받지 못하고 있다’고 적어놨네요. 새해에도 분명 다시 이러한 일을 반복하게 될까 봐 겁이 납니다.

새해에는 무엇을 어떻게 했느냐가 아니라 왜 하려고 마음먹었는지, 이 시간의 의미가 무엇인지 돌아보는 시간을 갖고 싶습니다. 욕실의 곰팡이처럼 나쁜 감정들이 슬금슬금 쌓이기만 했던 한 해였지만, 톡 쏘는 왁스를 팍팍 뿌리면서 시작하는 새 해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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