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_ 작가 프로필 보기 | 그만보기 |
앨랜 쿠퍼(Alan Cooper)
‘비주얼 베이직(Visual Basic)의 아버지’로 잘 알려진 앨런 쿠퍼는 1994년에는 빌게이츠로부터 Windows Pioneer Award를, 1998년에는 Software Visionary Award를 수상했다. 현재는 Cooper Interaction Design을 이끌고 있다.
이 컨설팅 회사는 3M, Elemental Ericsson, Fujitsu, IBM, Logitech, McGraw-Hill, Sagent, SAP, Sony, Varian, VISA, Sun Microsystems를 위해 혁신적인 인터랙티브 제품 디자인을 해왔다.
20여년 동안 앨런 쿠퍼는 superProject, MicroPhone II 윈도우용, Visual Basic의 비주얼 프로그래밍 사용자 인터페이스를 디자인했다.
프로그래머로써, 인터랙션 디자이너로써, 그리고 현재는 사업가로써의 삶을 살아온 앨런 쿠퍼는 활동 영역 또한 이채롭다.
Corporate Design Foundation과 American Center for Designd의 회원이면서, Association for Software Design의 실리콘밸리 지부장이며, 세계 최대의 윈도우 개발자 단체인 SEF의 Windows SIG의 창립자이다.
사용자 인터페이스와 개념적 소프트웨어 디자인에 대해 자주 강연을 하는 그는 의견이 분명하고 호소력 있는 연사이자, 작가이다.
_M#]
앞으로 프로그래머가 되고자 하는 저에게 ‘인터렉션(interaction : 상호작용) 디자인이란 무엇이고, 어떻게 수행해 나가야 하는지’에 대해서 일깨워 주는 책이네요.
내용들 중에서도 제가 가장 흥미롭게 읽은 [프로그래머들은 덩치좋은 고등학교 운동선수처럼 행동한다] 라는 부분에서 공감이 가더군요. 약간 맞지 않는 부분도 있긴 하지만 말이죠 😉
아마도 우수한 프로그래머들의 가장 놀라운 특징은 그들이 고등학교 운동선수처럼 행동한다는 것이다. 특별히 이 단어를 골라서 사용하는 이유는 이 단어가 신체적인 힘과 덩치뿐만 아니라 미성숙함, 이기심, 경쟁심과 같은 함축적인 뉘앙스를 담고 있기 때문이다.
..중략
[#M_ 고등학교 운동선수를 묘사한 글 (자세히 읽기) | 고등학교 운동선수를 묘사한 글 (그만보기) |
180cm의 키의 17세 소년에게 어른 남성과 맞먹는 힘은 있을 지 몰라도 어른의 성숙함은 없다. 이 어른 같은 소년은 자기보다 약한 이들을 동정하지 않는다. 그는 질풍노도의 시기를 보내는 중이며 아직 성인 사회의 가혹한 시련을 겪지 못했다.
그의 태도는 잔인하도 단순하다. 따라오지 못하면 죽어라. 그의 행동은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할 수 없다면, 너는 아무짝에도 쓸모 없는 패배자이다.” 라고 말한다.
그 바닥에서 힘으로 경쟁이 되지 않는 소년들은 모두 무시하고 인정하지 않는다. 그에게는 압도적으로 강한 신체적인 힘이 있으므로 그들을 압도한다.
그런데, 이 운동 선수들이 가진 힘에 흥미로운 일이 벌어진다. 일단 학교를 떠나 현실 세계로 들어서면, 신체적으로 다른 사람들을 제압하는 능력은 그 힘과 유용성을 급격히 상실한다.
고등학교에서는 안경 쓴 뚱땡이가 이 선수에게 대들려고 하면, 그는 대표팀 선수다운 오만한 비웃음과 정확히 꽂히는 주먹 몇 대로 그 아이를 간단히 제압할 수 있었다.
비즈니스의 세계에서는 주먹과 비웃음이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 회의실에서 신발을 던지거나 수건을 휘두르는 행동은 용납되지 않으며 효과적이지도 않다.
이 덩치 큰 운동 선수가 여전히 자신보다 약한 다른 사람들을 제압할 신체적인 힘을 가지고 있다 해도, 약자가 그의 동료나 상사, 또는 경영자라면 역효과가 날 뿐이다.
고등학교 시절에 너무나 미성숙했던 운동선수들은 이제 아주 굴욕적인 교훈을 배우게 된다. 넓은 세상으로 나오면서 그들의 날개는 사회에 의해 싹둑 잘려 나가게 되고, 그들은 신체적 약자들과 성공적으로 공존하는 법을 배운다.
과거 운동선수였던 사람들이 비즈니스 세계에 상당수 있는데, 이들은 대체로 잘 나가는 편이다. 기꺼이 좋아서 한 일은 아니겠지만, 성공적으로 변신을 마친 사람들이다. 타고난 경쟁 의식은 여전히 유지하면서, 이제 선량한 시민으로 유지할 수 있을 정도의 성숙함과 이타심을 갖추게 된 것이다.
_M#]
프로그래머들이 이런 운동선수와 똑같다. 많은 프로그래머들이 고등학생일때 운동선수처럼 발달된 신체는 갖지 못했어도, 남들보다 더 영민하고 똑똑한 두뇌와 잘 발달된 지적 능력을 타고 난 아이들이었다.
[#M_ 프로그래머를 묘사한 글 (자세히 읽기) | 프로그래머를 묘사한 글 (그만보기).. |
혼란스러운 청소년기에는 그들의 재능이 근육보다 가치가 덜 나간다. 그들은 학교 운동장에서 힘센 애들에게 쉽게 제압당한다.
어른 수준의 미적분학과 물리학, 컴퓨터 과학 실력을 갖춘 말라깽이 열 일곱 살 소년이라 해도 여전히 미식 축구장에서 무시 당하고 데이트 신청을 퇴짜맞는, 신체적으로 허약한 소년에 불과하다.
이 공부벌레 소년도 자신보다 약한 아이들에 대한 동정심이 없다. 그는 자기만큼 똑똑하지도, 유식하지도 못한 소년들을 은근히 비웃고 놀려댄다.
그의 태도는 잔인하고 단순하다. 따라오지 못하면 죽어라. 그 바닥에서 경쟁할 수 없는 아이들은 무시 당하고 받아들여지지 않는다. 그는 약자들의 감정이나 그들이 지닌 재능에는 관심도 없다.
그의 가치 체계는 자신의 지적 능력의 발달을 기준으로 한 단순한 위계 질서로 표현된다. 운동 선수가 아닌 그의 친구들 사이에서 그의 태도는 이런 식이다. ‘내가 두뇌 싸움에서 널 이길 수 있으면 내가 너의 주인이고 너보다 우월하다.’
운동 신경이 뛰어난 덩치들처럼 우수한 프로그래머들 또한 선천적인 재능을 타고나며, 젊은 운동선수들 만큼이나 경쟁심이 강하다.
프로그래밍은 근본적으로 겉으로 드러내지 않고 혼자서 하는 스포츠이기 때문에 이러한 경쟁심을 간파하기가 더 어렵다. 그러나 프로그래머들의 조용한 행동거지에 속지 말아야 한다.
프로그래머들은 살벌한 경쟁자이며, 진짜 우수한 프로그래머들은 올림픽 후보 선수처럼 치열하게 경쟁한다.
그러나 이 공부벌레들이 가진 힘에도 흥미로운 일이 발생한다. 일단 학교를 떠나 어른들의 현실 셰계로 들어서면, 지적으로 다른 사람들을 제압하는 능력은 문명화 된 성숙한 성인 사회로 넘어가는 과정에서도 상실되지 않는다.
공부벌레들은 사회적 구속의 보호를 받으며 더 이상 운동장에서 얻어 맞지 않는다. 신체적으로 남을 괴롭히는 일은 소년에서 어른으로 성숙함에 따라 더 이상 용납되지 않지만, 정신적으로 남을 괴롭히는 일은 어른들 사이에서 점점 더 강력한 무기가 된다.
정신적으로 다른 사람을 제압할 수 있는 정신적 덩치들의 능력은 정보화 시대 성인 사회에서 엄청난 세력을 얻고 있다.
문명화된 사회에서, 이해할 수 없는 소프트웨어를 이용하여 정신적인 ‘신발’을 던지거나 ATM(자동 금전 출납기?!)에서 돈을 뽑느라 오랜 시간 끙끙대는 사람에게 감정적인 ‘수건’을 휘두르는 일은 완전히 용인되는 일이 되었다.
_M#]
고등학교에서 그렇게 힘 있던 덩치들은 이제 예전에 자신의 먹이감에 불과했던 사람들의 수중에 놓인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어른이 되는 수모스러운 과정을 통해 대부분의 운동선수들이 의젓하고 점잖은 인간이 되며, 그들 중 많은 수가 내게(저자에게) 자신들의 청소년기 행동을 상당히 부끄러워 하고 있다고 털어 놓았다.
[#M_ 그 이후의 이야기 (자세히 읽기) | 그 이후의 이야기 (그만보기) |
6피트 4인치 키의 전 국가대표 포인트 가드는 그의 신체적 기량이 회의실에서는 쓸모가 없음을 깨닫게 되는 반면, 5피트 7인치의 전 천문학 회계부장은 자신의 정신적 기량으로 누구보다 잽싸게 주먹을 휘두르고 펀치를 먹일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영원히 10대같은 공부벌레 소년 변호사는 그의 예리한 혀와 이보다 더 예리한 두뇌로 법정을 압도한다.
공부벌레 소년 의사는 전에 운동선수였던 환자의 생사를 좌우한다.
그리고 놀랍게도, 창백한 얼굴의 공부벌레 소년의 컴퓨터 프로그래머는 모든 사람들에게 필수적인 정보에 접근하는 과정을 통제함으로써 유래없이 강력한 힘을 행사하게 되었다.
여기에는 그러한 힘의 행사를 조절 할 줄 알게 되는 성숙 과정이 결여되어있다. 그들은 압도적으로 강한 정신적 능력이 있으므로 그 힘으로 남들을 제압하고, 또한 무시무시하게 복잡한 제품들로 사용자들에게 굴욕감을 주는 것을 전혀 잘못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들은 컴퓨터를 사용할 수 있을 만큼 똑똑하지 못한 ‘패배자들’을 조롱하고 놀리며 비웃는다.
고립된 채 압박감 속에서 긴 시간 불규칙하게 일하는 그들의 작업 습관도 이들을 교화하는 데 도움이 되지 않는다.
20대 후반까지 나(저자)는 나 자신이 남들을 괴롭히는 덩치라는 사실을 깨닫지 못했다. 유일한 차이는 내가 주먹 대신 프로그래밍 기술을 휘둘렀고 복잡한 시스템에 대한 완벽한 이해를 나의 신체 조건으로 삼았다는 점이었다.
그리고 나는 컴퓨터 사용의 복잡성을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들을 향해서 냉소적인 야유를 퍼붓곤 했다.
_M#]
글 잘 읽었습니다. 섬뜩하리만치 수긍이 가는 글이군요…
책을 한번 읽어봐야겠네요. 좋은 하루 되세요~
저도 이 책 주문했어요.. ^^
saramazi // 오오. 저말고도 동감하시는 분들이 많으시네요.
저 책은 본질적인 면에 대한 설명은 정확한 것 같습니다.
초하류 // 그래요?ㅎ 읽고 소감을 남겨 주세요~~^^
글을 읽어보니 수긍 가는 부분도 많고 나 자신도 아마 그러하지 않을까 걱정도 많이되네요. 거울로 비춰주는 것 같은 느낌? 섬뜩합니다. -_-;
폐인희동이 // 글이 제법 길죠..^^; 그렇지만 이렇게 심리묘사를 잘 해 놓은 것은 처음 봤답니다.. 날카롭죠.
그런데 다 읽어도 재미가 없어요. 🙁
Powring // 재미는 없죠ㅋ마음에 와닿는 글이라서..
James Gosling // 그런가요? 아아.. 미국의 사회 모습과 우리의 모습 사이에 유사한 점이 있긴 하지만, 그만큼 다른 모습을 가졌군요..^^
프로그래머들은 덩치좋은 고등학교 운동선수처럼 행동한다
프로그래머가 알아야 하는 디자인의 세계에 대해서 읽어볼만한 챕터들이 몇개 있는가 봅니다.. 그중에서도 이 부분은 디자이너가..
저도 이 책 얼마전에 사서 읽었는데요.
아직 배우는 학생인지라 가슴깊이 와닿지는 않아도…
굉장히 인상 깊었던 글이었습니다.
oopslee// 그렇군요.. 우리나라와는 처한 상황이 다른 미국이지만,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는 부분이 많더군요.
아크몬드의 롱혼블로그에서 퍼왔습니다.
원문보기
프로그래머들은 덩치좋은 고등학교 운동선수처럼 행동한다*
정신병원에서 뛰쳐나온 디자인 (The Inmates Are Running The Asylum) 이라는 책을..
그렇군요.. 상당히.. 당장 서점에 가봐야 겠습니다.
savage69kr// 번역도 깔끔하게 되어 있더군요.
배울 점이 많은 책이었습니다.
너무나도 흥미롭게 잘 읽었습니다.
아주 핵심을 콕 집는 날카로운 통찰력이군요. 저 책의 표지는 전에 어디선가 본 적이 있어서 얘기 치고는 참 독특한 표지네 하고 넘어 갔었습니다만, 참조해 볼만하군요.
확실히 기술이라는 것은 처음 장벽만 살짝 넘고 나면 그 다음부터는 아주 가파른 상승 곡선을 그리면서 개발의 실력이 늘어나게 마련입니다. 가장 많은 영향을 받는 때도 이 때이고, 또한 가장 많이 배우는 열정이 넘치는 때이기도 하지요. 그러나 이 때 또한 중요한 것은 더불어 생각하고 무엇이 더 소중한 것인지 판단할 줄 아는 가치 판단의 기준입니다. 그런데 이것을 배우지 아니하고(못하고) 기술의 효율과 남의 평가에만 급급해 하다보니 자신의 지식이 무척 대단한 것처럼 느껴지는 플라시보 현상(조금 안맞는 표현일지도)을 겪고, 타인을 무지비하게 눌러 밟는 버릇을 기르기도 합니다. 이 때 누군가가 잘 지도해 준다면 다행이지만.. 그렇지 못한 경우가 많은 것 같아 안타깝습니다. 이렇게 되면 결국 스스로 깨닫고 스스로 알아나가야만 할 수 밖에 없지요. 그래서 책이라는 매체는 작가와 글이라는 인터페이스로 교류하며 생각의 범위를 넓혀주고 오만한 자만심을 깎아 진정한 내면 기르기를 할 수 있다는 점에서 적극 책 읽기를 만인에게 장려하고 싶습니다만, 감자/고구마 보다 피자를 더 좋아하는 애들에게 있어 책 읽기의 권유는 허망하게 느껴질 따름입니다. 아쉬운 일입니다. 매우.
여튼 참 정곡을 찔리는 표현에 감탄하며 지금의 실수를 저지르고 있는 어린 학생들도 후에 자신의 행동을 반성하고 부끄럽게 여길 날이 머지 않아 오리란 사실 또한 믿는 바입니다. 저도 그러한 과정을 거쳤고요. 어찌보면 보다 나은 인격을 갖추기 위해 필연적으로 거쳐야 할 통과의례일지도 모르겠습니다…
[그 이후의 이야기] 에서 언급하고 있는 부분은 역으로 바라보는 시점이군요. 현대 사회에서 충분히 있을 가능성입니다. 그리고 이 부분의 설명을 보고 있으니 유저 인터페이스란 그래서 쉽고, 간결하며, 자연스러워야 한다는 진리를 다시금 깨닫게 합니다. 인터페이스가 복잡하면 할수록 그 시스템은 전문가 전용이 될테고 일반인의 개입은 그만큼 어려워 지겠지요.
무릎을 치게 하는 예리한 시각의 소개 잘 읽었습니다.
초하류// ㅎㅎ; 그랬습니까;;
yser// 오호.. 이렇게나 수준 높은 평론이..
책을 읽으며 사실 제 자신도 ‘덩치좋은 고등학교 운동선수’ 정도가 아니었나 하는 생각을 해봤습니다.
젊은날의 실수란 이후 발전할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준다는 말도 있으니 점점 성숙해지는 모습을 보여드리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아… 말 한마디 한마디가 정곡을 지르는군요… 당혹스럽기 까지 합니다.
저도 저러고 있지 않은가 다시 한번 생각해봐야 겠습니다.
움트트움트// 저는 저 글 중에 ‘그 이후의 이야기’ 에서 큰 공감을 했습니다. 현실적으로 와닿는 부분이 많더군요.
6피트 4인치 키의 전 국가대표 포인트 가드는 그의 신체적 기량이 회의실에서는 쓸모가 없음을 깨닫게 되는 반면, 5피트 7인치의 전 천문학 회계부장은 자신의 정신적 기량으로 누구보다 잽싸..
미국의 이야기군요. 한국에서 개발자가 자기 똑똑하다고 수건을 휘두르다가는 ‘싸가지’ 없는 놈으로 찍혀서 그대로 파뭍힌다고 봅니다. 근데, ‘수건’ 말인데요. 이거 은하계에서 가장 강력한 무기 아닙니까? DON’T PANIC. ^_^